이미 방영한지 몇 년이나 지나서 리뷰하기가 민망하나 막 정주행을 끝내고 여운이 남아 드라마 관련 글을 찾아보는 이 시점에 리뷰를 남겨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 관광통역안내사를 하면서 역사를 배우고 외국인들에게 해당 역사를 알릴 때마다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임에도 매번 감정이 동요되곤 했었다. 일제시대가 얼마나 잔혹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유튜브에 미스터션샤인 클립 영상들이 올라왔다. 계속 영상들이 뜨니까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고 짧은 클립영상이었지만 나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였고 이렇게 찔끔찔끔 보느니 드라마를 통해 제대로 봐야겠다 싶었다.
이미 종영된지 한참인 드라마였지만 다행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미스터션샤인이 넷플릭스에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마침 재택근무를 하는지라 3일 내내 집콕하면서 미스터션샤인을 정주행하였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해보록!
고애신
고애신은 사대부 영애이다. 격변하는 시대 속 조선의 전통을 따르는 참한 양반집 규수인 듯 보이나 동시에 조선(엄밀히 말하면 대한제국)을 지키기 위해 의병활동에 참여하는 인물이다. 남들은 개화니 뭐니 하며 머리를 자르고 신식문화를 따를동안 그녀는 긴 머리를 곱게 땋고 고운 한복을 입으며 조선의 풍습을 그대로 유지한다.
애신이 의병활동을 하게 된 이유
처음에는 제 부모가 그러하듯 제 부모의 뜻을 따르기 위해 의병활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서 그녀가 의병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밝혀진다. 구동매에게 들었던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이라는 말이 고운 것만 보고 살던 애신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이다. 그러나 애신의 성격을 봤을 때 구동매의 말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독립운동을 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애신이 곧 조선
사람들이 애신에 대해서 아쉬워 하는 점이 있다. 제 아무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한들 결국 그녀는 상류층 조선인의 눈으로 조선을 바라보기 때문에 (애신의 입장으로 봤을 때)조선을 해하려는 유진도, 변절의 길을 택한 동매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애신이 곧 조선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들어맞는다.
모순을 가진 나라이지만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바쳐 지키려 했듯 애신도 한계점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정, 이양화 뿐 아니라 다른 조선인들도 그녀를 돕는다. 결국 그들의 죽음이 곧 독립운동가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김태리님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 역할을 소화했을까 싶다. 말투며 행동까지 모든 것이 애신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유진 초이
노비 출신이었지만 미국으로 탈출한 후 훗날 미군의 신분으로 조선을 방문하게 된다. 사실 잠깐잠깐 과거 씬이 등장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병헌이 연기하는 성인이 된 유진 초이는 미 해병대의 장교로 비싼 옷을 입고 고급 호텔에서 머물며 남부러울거 없는 삶을 살고 잇다. 그러나 그의 신분상승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간 이를 찾는 모습, 중간중간 보이는 그의 쓸쓸한 눈빛 때문에 유진 초이란 인물이 참 짠하고 안쓰럽다.
김희성
고애신의 정혼자로 조선 최고의 갑부집안에서 태어났다. 탐욕스런 자신의 할아버지와는 달리 별, 달, 해, 꽃과 같이 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남자이다. 자신의 정혼자의 집을 방문했다가 아랫사람들과 함게 빨래를 하고 있는 애신의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이후 꽃 선물과 꽃가마를 보내는 등 애신에게 구애를 한다.
후반부에 애신의 집안이 일본과 친일파들의 표적이 된다. 애신의 할아버지 장례식 때 그녀의 집안사람들을 죽이는 일본군과 맞딱드리게 된다. 그리고 죽을 위기에서 의병 옷을 입은 애신이 자신을 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애신이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그였지만 실제로 그녀가 의병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본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애신의 등장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있었지만 그런 애신을 바라보는 희성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여인이 정말 의병이었구나. 해당 장면에 관한 댓글이 참 공감이 되었다. 이 때 희성의 눈빛이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반하게 되면서도 동시에 '아, 저 사람은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였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이전에는 애신에게 꽃가마를 보내고 꽃선물을 보내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던 희성이었다면 후반부에서 희성은의병 활동을 하는 애신을 도울 뿐 아니라 신문사를 차려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데 기여한다.
동매
아직도 기억나는 구동매의 첫 등장. 저잣거리에서 사탕을 먹고 있는 애신을 보며 일본말로 음담패설을 하는 일본인 둘을 죽이는 장면이 그의 첫 등장이었다. 이들이 나중에 애신에게 못된 짓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죽인 건지 아니면 자신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귀한 애기씨를 두고 험담을 했다는 것 자체로 용납을 못해 죽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거나 해당 장면을 통해 그가 얼마나 애신을 사랑하고 귀이 여기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사실 애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애신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인물이다. 애신의 필체가 담긴 종이를 모으고, 글씨체를 알아보고, 복면을 해도 애신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정도이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내인것처럼 보이나 애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패를 모두 보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인물이다.
애신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순간이 애신의 눈에는 무고한 일본인을 가차없이 죽이는 모습이었고,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머리카락을 잘랐으니 그에게 적대감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동매의 외사랑이 너무나 안타까웠으나 후반부에 애신이 그에게 호의적으로 바뀌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돕기 위해 일본으로 와준 동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모습과 그가 살아있는지 봐야겠다며 동전을 받으러 오라는 장면.
어쩌면 유진 초이보다도 더 짠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유진 초이는 애신의 마음을 얻었지만 동매는 죽는 순간에도 애신과의 추억이 고작 자신에게 돈을 갚으러 찾아온 애신의 모습과 동전을 건네면서 살짝 손이 스친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유진 초이보다 동매와 잘 되었으면 싶었다.(이 놈의 서브병)
드라마를 본 후 여운이 크게 남아 벅찬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드라마보고 절대 안 우는 성격이지만 마지막 회에서 외신기자가 의병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김은숙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아무개 의병'들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의병들의 생각과 모습을 드라마를 통해 본 기분이다. 온전한 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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